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10/13(월)
나를 찾아 떠났던 여행  



지난 10월9일 날은 내가 여행을 떠났던 날이였습니다.
지난 8개월 동안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전혀 자신을 돌아 볼
겨를이 없는 시간이였기에,
달랑 속옷 몇 가지 챙기고 그동안 달고 살았던 핸드폰도
놔두고 2박3일 동안 그렇게 홀로 떠났었습니다.

남해안 끝자락에 있는 원효스님이 창건했다는 산사를 향했습니다.
그곳에 간 나는  새벽 3시 반부터 시작해 하루 네 번 행해지는
예불에 참석하고 빈부격차 상하구별 없는 평등의 시간에 몸을 맡긴 채
그렇게 있었습니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 굳이 알려고 하질 않고
어디로 갈 것이가 굳이 알려하지 않는 인연들 속에서 예불이 행해지는 동안
온전히 내 자신만 들여다봤습니다.

그동안 난 너무 많은 언어의 틀 속에서 살아오면서 잠시나마 묵언(黙言)의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느꼈었습니다.
언어를 상대에게 내 존재를 알리는 데 필요한 도구로써만 사용했었지
정작 내 자신을 위한 목소리는 잊혀지고 있었던 시간이였던 것입니다.
불혹의 자리도 기울고 있건만 풀리지 않은 스핑크스의 수수께기 속에서
삶을 수 많은 영겁의 윤회속으로 표류하게 방치해야 한다는 게
때때로 아득하곤 했었습니다.

그 곳에 가 있는 동안 혼자서 고객들을 돌보랴, 메일을 보내랴 허둥대고 있을 남편도,
공부에 여념이 없을 딸애의 안부도 다 접어뒀습니다.

밤9시쯤 취침하고 새벽 2시40분쯤이면 자리에서 일어나 대웅전 마당에 서면
새벽별과 함께 밤을 새웠을 바위산에 걸려 있던 영롱한 달빛.
바람에 서걱대던 대나무 숲.
아득히 눈 아래 펼쳐진 글썽글썽 슬퍼보였던 이름모를 해안마을에 펼쳐진 불빛들.
이런 것들 속에서 바람이 되었다가,
별빛이 되었다가,
스르르 나무와의 인연을 마감하는 조락의 잎새가 되기도 하며,
세상소식 들려오지 않는 곳에서 온전히 내 자신만 들여다보며 내 자신한테 묻고
또 물었습니다.

-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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