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7/18(금)
투명양말 때문에  


오랜만에 날씨도 화창하고 청소도 일찍 끝낸지라
딸애랑 둘이서 기분도 상쾌히 드라이브 겸 산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아뿔싸!
사찰 주차장 마당에 차를 세워서 내리고 보니
양말을  신지 않고 온 게 아닌가.
난감한 표정으로 딸애를 보니
하얀 양말 단정히 곱게 신은 게 보여서 녀석더러

"채윤아! 엄마 너 양말 좀 신으면 안 될까?"  했더니
눈치가 빠른 녀석인지라, 뺏길까봐 단호히 거절을 하며 한다는
소리가
"만약 스님이나 누가 봐서 뭐라 하면 투명양말 신고
왔다고 해" 하며 키득 된다.

그 소리에 나도 같이 웃어대며,
"맞다맞다. 만약 큰스님이 내 맨발을 보고 뭐라시면
'도인이시면, 내가 신은 투명양말이 보일 것이고,
도가 덜 닦였다면 맨발로 보이실 것이라고 하면 되겠네" 하며
둘이서 키득대며 대웅전을 향해 올라갔다.

하지만 누가 볼세라 노심초사하며 법당 문을 살며시 여니  
스님 한 분이 그림처럼 앉아서 미동도 없이 참선 중이셨다.
어쨌거나 그 스님이 돌아볼 일은 없으니,
안심한 채 둘이서 살며시 삼배를 하고 내려와서 시내를 향했다.

가구점에 들려서
조그만 진열장이나 하나 사 볼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저곳 들려도 맘에 차는 게 없는지라
다른 곳을 찾아 헤매다 신호위반 때문에 6만원짜리 딱지를 떼었다.

나는 딸애보고 이건 분명  그 신성한 사찰 안에서
부처님을 모독한 죄 때문이라며,
딸애의 그 발칙한 발상에서 나온 투명양말 탓으로 돌리며
녀석더러 범칙금 6만원에서 3만원을 같이 내야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요 녀석이 하는 소리가
백수인 자기가 돈이 어디 있냐면서
엄마도 함께 큰 스님이 어쩌고... 도인이면 어쩌고... 하질 않았냐고 하면서
자기는 한 푼도 보탤 생각이 없노라며 단호히 거절 하는 것이 아닌가.

이래저래 오늘 딱지만 떼고,
원 하는 물건도 건지지도 못한 채 나만 손해를 본 셈이지 뭔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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