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4/30(수)
나의 딸에게  

밤이 깊구나.
엄마는 네가 링크시켜서 보내준 장영주의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단다.
어느 덧 커버린 나의 딸이 대학생인가 싶더니 이제 3학년이 되고, 얼마 없으면
졸업을 하게 되겠구나.
때론 친구 같이,
때론 어쩌면 이 엄마보다도 더 지혜로운 조언으로 엄마를 바로 세우며 이 엄마가
가고 있는 인생길에 많은 도움을 주곤 했던 너.

요즘처럼 외면의 모습에서만 가치를 찾으려는 세대들 속에서 넌,
인생의 진리는 그게 아니라고 아파하며 그런 이들을 보면 슬퍼하곤 했지.

엄마는 지금도 그때 일들을 생각하면 우리 딸이 참 기특하곤 한단다.
네가 중학생이였을 때, 지퍼가 고장난 바지를 옷삔으로 덕지덕지 얽어매고
독서실에 갔더니, 너의 반 친구 지윤이가 그 모습을 보며 질겁을 하더니,
``야! 너니까 그럴 수 있을거야.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야!,, 하며
``누가보면 내 친구라고 하지마 창피하게스리,, 했더니,
``난 남이 어떻게 날 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어떻게 세상을 볼 것인가가
중요해. 세상에 대하여 자신이 없을수록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아니겠어.,, 라고
했던 일 말야.

고3이였을 때,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들어 왔을 때,
이 무정한 엄마는 딸애가 온 줄도 모르고 잠들어 버린 새벽,
홀로서 창문을 열었을 때,
새벽별 빛나던 하늘과 함께 들었던 Mozart의 레퀴엠의 감동 때문에 잠을 설쳤노라던 너.

어느 차디 찬 크리스마스 이브 날,
친구들은 분위기를 찾아 이곳저곳으로 들뜬 열정을 태우는 그 시간에,
삼천배를 하겠노라며 아침 일찍 절로 간 너를, 밤이 깊어서야 태우러 갔더니,
하루종일 힘든 삼천배를 마치고 발그레 상기된 볼을 지닌 채 차에 오르며,
삼천배를 마치고 대웅전 마당에 내려섰을 때,
밤 하늘에 쏟아져 내리던 별빛의 황홀함은 언어로 이루 말 할 수 없노라며 어찌
그 기분을 친구들은 알 것이냐며 감격에 겨워하던 너.


고등학교 때 이 엄마가 사다준 마키아벨리의 어록을 읽으며 사관학교에 가서 멋진
지휘관이 되겠노라며 응시를 했건만 보기좋게 낙방을 하여, 우울해 할까봐, 그건 끝이
아닌 이제야 시작일 뿐이라며, 더 큰 세상을 보고오라고 널 인도로 보냈었지.
그곳에 가서 본 삶의  다양성과 갠지스 강가에서의 다비의식을 통하여
삶의 허무함과 부질없음을 넌  느끼지 않았을까 싶구나.

참, 그 일도 있구나.
너랑 같이 사관학교에 응시했던 너의 반 친구가 너를 보며,
``채윤아! 무섭지 않니? 난 우리 아빠가 사관학교에 가라니까 응시를 했지만 난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 했을 때,
``난 그러기 때문에 가보고 싶어. 함부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누구도 갈 수 있고,
그러면 그건 도전할만한 곳이 아냐! 힘들기 때문에 ,
바로 그 과정을 마쳤을 때, 그 자리가 빛나는 것 아니니?,, 했다던 너.
그 친구는 지금 네가 하고 싶어하던 생도 생활을 하고 있지.

인도를 다녀온 후, 너를 떨어뜨린 그 사관학교엘 꼭 가보고 싶다며 나섰을 때
이 엄마는 당연히 위병소에서 막아설 줄 알면서도 갔다오라고 차비를 줬더니,
그 사관학교 정문앞에 가서 얼쩡 거리고 있으니까, 커다랗고도 당당한 헌병이 철모속에
두 눈을 감춘 채 다가와,
``무슨 일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사관학교 구경하러 왔는데요.,, 했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여긴 일반인 출입 금지입니다,, 했을 때, 그 위세에 눌려 돌아서는데 그 비애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노라는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이 엄마는 왜 그리 통쾌 했을까? 엄마는 그 쓴 체험도 너에겐 값진 경험이 되리라
여겼기에 알면서도 보냈었지.

그렇게 돌아서며, 언제인가는 내, 저, 정문으로 당당히 경례를 받으며 들어서리라고
마음 굳게 먹으며 왔다는 말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건 이 엄마였지.

세상에 대하여 참 진리가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주고 싶다는 나의 딸.
이 엄마가 이사를 온 후 바빠서 정리를 못하던 책을 엇그제야 정리를 마쳤을 때,
한 쪽 넓은 벽면을  천정까지 채우고도 남은 책들 앞에서 갑자기 슬퍼져서 너에게
전화를 하여,
그 동안 나를 키우고
그 동안 나를 바로 세우고
그 동안 나의 외로움을 지켜주고
그 동안 나의 삶을 지탱해준 책을 보며 내가 존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였다고 너에게 이젠 너무도 바빠서 책도 제대로  못 읽고 있어서 이 엄마는 금방 무식해지겠다고 했더니,
``안돼! 내가 지금 천재가 돼 가는 중이란 말야. 얼마 없으면 이름을 날릴텐데. 그러면
기자들이 몰려와서 엄마더러, 어떻게 그렇게 똑똑한 딸을 낳을 수 있었냐구 인터뷰 요청을
하게 되면 지금부터 트레이닝을 해 놔야 된다구. 그럴려면 많이 알아야 하는데...,, 라며
익살을 떨던 너.

사랑스런 내 새끼!
나의 목숨!
내가 이 세상에 대하여 존재해야 될 이유! ....
힘겨워 하는 엄마를 위해 네가 링크시켜서 보내준 장영주의 실황을 들으며
우리 딸이 이 연주를 들으며 아름다운 선율속을 유영했을 그 깊이로 엄마도 떠나 본단다.
                                             

*마스네
Massenet, Jules Emile Frederic 1842~1912
프랑스의 작곡가. 루아르의 몽토 출생.
1851년 파리음악원에 입학, 토마에게 작곡을 배웠다. 1863년에 신진 작곡가의 콩쿠르에서 로마 대상을 수상하여 3년간 로마에 유학, 파리에 돌아와 오페라 작곡에 주력하여 《라오르의 왕》으로 명성 을 높였다. 그의 오페라는 모두 36곡에 이르며, 여주인공의 사랑과 생애를 그린 것이 많다. 그의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오페라의 대표적 존재였으며, 무용음악· 종교음악에도 재능을 발휘하였다.

그의 작품은 외면적인 효과보다도 우아하고도 감미로운 선율로 정서표현을 중시하는 관현악 용법으로 작곡되었고, 그의 가곡은 프랑스 근대 가곡의 창시자 구노와 비제를 잇는 위치에 있어 프랑스어의 자연스러운 억양과 선율미를 조화 시켰다.

대표작품으로 오페라 《마농》, 《르 시드》, 《베르테르》, 《타이스》등과 무용극· 종교음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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