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4/23(수)
빗이 필요해진 남자  




남편이 이발을 하기위해 외출을 했습니다.
30여년 동안 그에겐 빗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길어가는 머리칼을 잘 수습할 줄을 모르는 남편이
아침마다 사워를 끝내고 거실로 나올 때마다,
어떤 날은 정수리가 납작해진 채 나오거나,
어떤 날은 번개를 맞았는지 정수리며, 뒷꼭지며 할 것 없이 머리칼들이
일제히 자존심 대결을 하고 있거나 하는 모습이곤 합니다.
처음엔 그이의 머리모양이 원래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그이더러 왜 머리스타일이 그러냐고 물어본 즉슨,
머리카락이 위로 치솟는 것만 같아 일부러 납작하게 눌러논 거라는 답이였습니다.
항시 짧게만 짤라온 머리가 길어지면서 부풀어 올라서 위로 들어 올려지는 게 낮선
그이는 일부러 납작하고도 우스광스럽게 눌러놓곤 했던 것입니다.
머리 또한 왜, 그리 빗을 줄 모르는지 어떨 땐 차라리 안 빗는 게 나으리만치
번개를 맞춰놓곤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길어가는 그이의 머리스타일이 내겐 참 낮설곤 합니다.
전역 후 두어달이 지나서 머리를 짜른다며 나가더니
나중에 온 걸 보니 완전 젊은애들 스타일로 짜르고 나타난 것이였습니다.
어떻게 해 달랬기에 그리 됐냐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나 더러
미용실에서 짤랐는데, 왜? 어때서 그러냐며 자신은 뒷 모습을 볼 수 없으니
그리 된 모양이라고 하고선 그만이였습니다.
점점 길어지며 수습이 안되는 그이의 머리칼을 보며 차라리 다시 짧게
짤라버리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이젠 긴 머리도 해봐야 될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자기도 자신의 스타일이
궁금 했었답니다.

워낙 멋과는 거리가 먼 그인지라 조금만 내 시야에서 벗어나면 우스광스런
차림새로 밖을 나서곤 합니다.
하기사, 긴 세월을 제복과 함께 살아오다보니 옷차림새라든지,
머리스타일에 대해선 도통 모를 터이지만, 가다오다 터무니없는 차림새로
밖을 나설 때면 속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런 그에게 아무리 구색을 마춰 입어야 한다고 설명해 봤자 내 입만 아플
뿐입니다.

글쎄, 오늘이 전역 후 두번째 이발하는 날인데,
과연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런지 자못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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