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4/2(수)
내가 겁쟁이라구요? 오, 천만의 말씀  
 
 황무지 (T.S 엘리어트)

   < 4월은 잔인한 달, 라일락꽃을
    죽은 땅에서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이 해주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雪)으로 덮고
    마른 구근을 가진 작은 생명을 길러 주며.....>

어느 덧 4월입니다.
지난 겨울은 유독 우리를 춥게 하였습니다.
대지를 망각으로 뒤덮은 많은 눈이 내렸고
얇아진 외투깃 사이로 칼바람은 사정없이 몰아치곤 했지요.


(오늘의 얘기. 한 개 드실려우~op26. 2악장)

몇 해 전이였지요.
집이 공항근처에 있는 관계로 아는 분이 제주에만 오시게 되면
꼭 모시러 가곤 했답니다.

그 날도 어느 분인지는 잊었지만, 스님들 몇 분이서
결제를 끝내시고 제주에 있는 어느 절에 오시는 길에 날 더러
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나는 그러마고 흔쾌히 대답을 하고선 공항을 향했지요.
이미 밖은 어둠에 잠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스님들께선 절에를 가면 시간이 늦은 관계로 저녁을
드실 수가 없으시다면서 저녁을 먹고서 가자고 하더군요.
식당에 들려서 저녁을 먹고 어쩌고 하다보니 시간은 밤 10시가
가까와 지는 것이였습니다.
스님들이 가실 절은 첩첩 산중에 있는 절이였습니다.
게다가 올라가는 길 양편에는 공동묘지가 즐비했구요.

안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절에서 잤다가 올
형편도 아니였습니다.
난 차를몰며 혼자서 열심히 궁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마 이 깊은 밤중에 여자 혼자서 그 무시무시한 공동묘지를
내려가라고 하진 않겠지?
그럼, 날 바래다 주면?
그 절에는 차도 없는데 어떻게 올라가라구.
에이, 그랬다고 차마 이렇게 연약하디 연약한 여자 혼자서
내려가라고 하진 않을거야 스님도 양심이 있지. 시간도 11시가
넘었는데....)

스님들께선 뭐가 그리 좋으신지 나의 고충은 안중에도 없고
때때로 박장대소를 터트리시곤 하더군요.
그렇게 낑낑거리다보니 이미 목적지엔 다 왔고,
스님들께서는 우르르 내리시더니 딱, 한마디 하시더니 훠이훠이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리시더군요.

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날 밤의 그, 굿 나잇을...

``보살님 안녕히 가세요!,,

그리곤 어떡했냐구요?
시간은 12시가 가까와지고(영화엘 보면 거시기는 꼭 열두시에 나타나곤
하던데...)
차를 몰고서 악셀을 필요 이상으로 부앙~부앙~ 밟으면서,
음악도 꽝꽝 키고, (거시기가 소리에 놀라서 다 도망가라고) 그 무시무시한
공동묘지를 지나왔다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야심한 밤에, 이 연약한 여자가,
그것도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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