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3/27(목)
한 개 드실려우~  
브시시시~~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제가 오늘 압력솥에다 감자를 찌고 있답니다.
지금껏 압력솥옆에만 가면 잔뜩 겁을 집어먹곤 하는지라
진작에 사다 놨건만 한번도 사용을 못해 봤지 뭡니까.
오늘은 단단히 작심을 하고서 동생한테 몇번을 물어보고
또 물어 본 후에야 감자를 넣고,
소금도 쬐끔 넣고,
그리곤 비장하게  두껑을 닫고선 불위에 올려 놨지요.

그런 후 조금 있으니까,
어휴, 쇅~쇅~대는 소리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만약 폭발하면 어느 곳으로 도망을 가야 가장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지 다 보아두며,
옆에는 갈 염두도 못 내고 멀찍이서 바라보다 동생한테
또 전화를  겁니다.
언제쯤 익을런지,
정말로 안전한지,
김은 언제 빼야하는지,
물어보고 또 물어 봤습니다.

사실은 이게 다 우리 동생 때문에 생긴 두려움입니다.
동생이 시집가서 얼마 안 되서 신랑 친구들이랑
집에 모여서 고기를 사다가 수육을 만들어 먹을려고
열심히 삶고 있었다나요.
그런데 고기가 익으면서 빠져 나온 기름이 솥 뚜껑 구멍을
막았는지 갑자기 펑!! 하며 폭발을 일으켰다지 뭡니까.
천장으로 날아오른 뚜껑에 천장은 폭탄에 맞은 것 처럼
빵꾸가 나버리고,
고기는 고기대로 흩어져 천장으로 벽으로 다 날아가
붙었더랍니다.
물론 언제면 고기가 익어 쇠주 한잔 하랴 하며 입맛을 다시며
기다리던 신랑친구들의 옷과 머리에도 잔뜩 고기 세례를
받았구요. 다들 겁에 질려서 고기를 몸에 붙힌 채 도망을
가 버리자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목소리로 동생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온 후
난 압력솥의 위력에 잔뜩 겁을 먹은지라
절대로 절대로 압력솥은 안 사리라 하느님께,
알라신께,
부처님께,
맹세하고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몇 해나 흐른 후,
어느 날
왕창 세일하는 그릇가게를 지나다 눈이 멀어설랑 장만은
했는데,
이제껏 이리저리 뒹굴리다 오늘 드디어 녀석의  
실력을 테스트 해보기로 작정을 하고선 용기를 낸 것이지요.

와~글을 쓰다 보니 잘 익었네요.

야~ 정말 맛있네~뽀송뽀송하니.

한 개 드실려우?~

근데, 내가 겁쟁이냐구요?
천만의 말씀, 내가 얼마나 뱃장이 두둑한지는
나중에 얘기해 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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