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2/24(월)
그대가 제복을 벗던날  

  * 이 글은 지난 2002년12월10일에 쓴 글입니다.



어제는 눈 내리는 벌판을 갔었습니다.
FM에선 베버의 '무도에의 권유'가 끝나고
안톤 드볼작의 '현악 4중주 5번 F단조' 가
눈발에 실려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내린 눈은 이곳 제주에 내린 첫눈이었습니다.

2002년 12월 9일인 어제는 저의 남편이 몸담고 있던
부대에서의 교대식이 있었습니다.
저의 남편은 이 해도 다 저문 12월 말 경이면
그동안의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교대식 행사에 참가하라는
남편의 권유를 뒤로한 채
나는 그냥 차를 몰고
눈 내리는 벌판으로..벌판으로..
달리기만 했습니다.

그 동안 정들었던 모든 장교와 부사관,
그리고 한 없이 사랑스럽기만 하던
오며 가며 마주치던
장병들과 남편의 결별을
지켜볼 자신이
내겐 없었습니다.

처음 이곳 관사에 왔을 때도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와서 얼마 없어서
어제처럼 눈이 내렸지요.
연병장 잇대어 넓다란 벌판이 펼쳐진 대지위로
하얀 눈이 소리도 없이 펄펄 내리던 날,
난 방학해서 집에 와 있는 딸애랑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Op.132' 를 들으며
그 묵직한 저음이 가져오는 선율앞에
깊은 감동을 느끼던 날이
바로 엇그제 인것만 같은데.......
정들만 하면 전방을 향하여, 후방을 향하여
떠나버리던 가족들,
그 가족들을 향하여 송별 파티를 열며 아쉬워 하곤 했었는데.....
..어느덧 우리 차례가 되고 말았네요....



     그동안 정들었던 ****부대의 모든 장병들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긴 세월을 달려 온
    저희 남편을 위해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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