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2/20(목)
폭풍이 몰아치는 밤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며  

(*그림. 반 고흐. 밤의 카페 테라스)


아마 3년 전이였을거예요.

제가 학림을 처음으로 갔던 날이
아는 교수님으로부터 학창시절 드나들며 클래식에
심취하셨던 추억을 들려 주실 적마다
학림이니,
르네상스니,
바로크니, 이런 이름들이 가볼 수 없는
추억으로나 자리하는 곳이리라 여겼지요.
그런 어느 날,
다른 곳들과 함께 세월이 뒤안으로
사라졌으리라 여겼던 학림이 존재함을 알게 된 나는
서울에 간 김에 학림으로 발걸음을 옮겼지요.

그랬지요.
문을 연 순간 펼쳐진 빛바랜 무채색 흑백사진 속의
기억을 닮은 정경,
그,
수도 없이 들었던 창밖의 마로니에 거리,
마치 현실과는 먼 추억의
접점지대 같았던 곳에서 울려 나오던 아다지오의 선율,

서울만 가면 나도 모르게 빨라지던 발걸음,
빠른 지하철,
빠르게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던 수 많은 사람들,
그런,
아니, 그랬을 사람들이 그 곳에선 아다지오의
느림을 한껏 누리고 있었지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체르토2번을 신청 했지요.

그런 나에게 사장님께서는 다가와 방명록을 펼쳐
보이셨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2번을 무척 좋아했던
교수님이 계셨는데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시라고......
아마 기억으론
라흐마니노프를 사랑하는 이 들은 다 친구라고
적어 놓셨던 것 같은데.....

제가 어찌 그 교수님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겠습니까마는
제주에 살고 있는 제가 광활한 제주도의 벌판에 빠져 아무도 없는
벌판으로 달려 나갈 때마다 억새 사이로 휘몰아치는 바람의
물결을 바라보며 즐겨 듣던 곡이 바로 그 곡이곤 했지요.

오늘 이 곳은 폭풍이 몰아치고 있네요.
검푸른 바다위로 성난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이르키며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체르토 처럼 부서져 내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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