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2/16(일)
쇼팽과 함께한 깊은 밤  
 
 - 나의 삶은 참 풍요롭다오
    빈한한 나의 뜰에 한 줄기 생명처럼 내리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만으로도 풍요로운
    이,
    천만금을 준대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세계여! -


오늘은 오래간만에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쇼팽과 열애에 빠졌습니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KBS F.M이 나오지 않는 지역인지라 음악에
목마를 때마다 난 컴퓨터로나마 음악을 들을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곤
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 있다는 것을 강열하게 느끼게 해주는 음악,
아마 내게 음악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지금껏 존재하고 있었을까 반문할
때가 많곤 합니다.
그 만큼 음악은 내게 있어서 산소 만큼이나 필요한 부분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클래식을 들었던 것은 아마도 5~6세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꽃샘추위 매섭던 날,
초가집 담벼락 양지바른 곳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이웃 집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이름모를 바이올린 곡,
그 곡은, 어린 나를 심연속으로, 심연속으로 이끌어갔지요.
그때는 그 곡이 아름답다거나 하는 감정은 아니였습니다. 단지,
그냥 이끌려 들어갔을 뿐이였지요.
차차 커 가면서 가끔 바이올린 곡을 들을 때면, 한 순간에 나는 그,
나른했던 봄 날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곤 했지요.

이제, 누구의 무슨 곡인지도 모른 채,
선율마저 잊힌지 오래 됐습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오랜 친구를 만나듯 만나서,
그,
봄 날 속을 다시 한번 유영해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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