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10/22(수)
블랙 러시안과 함께 하는 밤 ...  

       

       *내 연인이여 가까이 오렴.*
                                  -오 일도-

    내 연인이여! 가까이 오렴
    지금은 애수의 가을. 가을도 이미 깊었나니

    검은 밤 무너진 옛 성 너머로
    우수수 북성(北城) 바람이 우리를 덮어온다.

     나비 날개처럼 앙상한 네 적삼
     얼마나 차냐? 왜 떠느냐? 오오 매 무서워라.

     내 연인이여! 좀더 가까이 오렴
     지금은 조락이 가을. 때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한여름 영화를 자랑하는 나뭇잎도
     어느 덧 낙엽이 되어 저- 성뚝 밑에 훌쩍거린다.

     잎사귀 같은 우리 인생 한번 바람이 흩어 가면
     어느 강산 또 언제 만나리오.

     좀더 가까이 좀더 가까이 오렴
     한 발자치 그대를 두고도 내 마음 먼 듯해 미치겠노라.

     전신의 피란 피 가슴에 올라
     오오 이 밤 새기 전 나는 타고야 말리니.

     깜-한 네 눈이 무엇을 생각하는냐.

     좀 더 가까이 좀더 가까이 오렴
     오늘 밤엔 이상하게도 마을 개 하나 짖들 않는다.

     어두운 이 성뚝 길을 행여나 누가 걸어오랴
     성 위에 한없이 짙어가는 밤___
     이 한밤은 오직 우리의 전유(專有)이오니.

     네 팔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는 두 청춘, 청춘아!
     제발 길어만 다오.


밤이 깊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동안 만나 뵙지 못했던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이가 전역을 하고 낭만을 지닌 채 시작한 이 일이 그저 현실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그리 오랜 시간을 요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24시간 긴장 속에서 지내야 합니다.
펜션 일이라는 게 특히 여자의 손길을 많이 요하는 일인지라 나한테는 그야말로
살아오는 동안 지금처럼 많은 일을 한꺼번에 치루며 살아 본 적이 없기에,
정말 힘겨울 때가 많습니다.
온전히 누군가 희생을 바탕으로 한 삶이 동반 되질 않고서야 다른 누군가가
오셨을 때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게 이 일이곤 합니다.

그 동안 보고 싶은 이들도 다 접어야 했습니다.
그 동안 가고 싶은 곳도 다 접어야만 했습니다.
그 동안 듣고 싶은 음악도 다 접어야 했습니다.
그 동안 하고 싶은 일도 다 접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동안 정말 보고 싶었던 분 중에 한 분을 만나 뵙게 됐습니다.
우리 그이랑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다 00학군 단장으로 가신 000이십니다.
00사관학교를 나오시고 우리 집 갤러리 77번의 친구라는 필명으로 올라오신 분의 군대
친구이기도 하십니다.
우리 그이가 복무하는 동안 많은 시간을 서로 만나 뵈며 전우애를 나눴던 분이십니다.

그 분이 먼 데 계신 관계로 그 동안 우리 집엘 다녀가시질 못했지만 오늘 드디어 오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뭔지도 모를 술을 꺼냈을 때,
그 분이 블랙 러시안이라는 멋지고도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오랫만에 술을 마셨습니다.

단지 고객들을 위해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언제나 철두철미한 정신 상태를 유지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내가 오늘은 무장해제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때때로 무장해제가 된 상태로 누군가의 보호 아래서 깡짜를 부릴 수 있다는 건
참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무장해제를 느끼며,
친한 친구는 오래 묵은 포도주만큼이나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정말 사랑 합니다.
너무도 순수하고 낭만이 잔뜩 깃든, 00부대 000이셨자,
생도시절엔 여성들이 그 분의 지닌 매력에 곧잘 빠져들곤 했었다는
얘기를 바람결에 듣곤 했던
지금은 00학군단장님이신 000님...

그  외에도 추억속에서나 기억해 보는...

오랫동안 군에 계시다 대령으로 전역하시고
지금은 어디 어떤 모습으로 계신지 모르지만,
번쩍이는 눈빛과 단호해 보이는 모습으로 말미암아
너무도 카리스마가 강해 나에게만은 히틀러같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000님...

우리 갤러리 77번 마라톤 하는 사진 속의 주인공,  
종종 갤러리로 ``친구,,라는 필명으로 방문을 해 오시고
때때로 너무 유식해 나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던
하얀 머리의 주인공,
멋쟁이 귀곡산장 만돌이 아빠 000님...

그리고... 언제나 정이 많고,
내면엔 詩적인 감성과 쓸쓸함이 내재돼 보였던 000지점장님이신 000님..

노래방엘 갈지면,
할아버지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후,
자신에게 백구두를 신은 멋진 신사를 소개하라며
``사랑은 아무나 하나,, 를 열창 하시던, 老 女사장님...

그리고 이제는 사람 사는 열정을 느끼고 싶노라며,
제주 생활을 과감히 접고,
서울 청담동 어느 자락에서 ``유빈,,이라는 간판을 내 걸고
새로운 사업에 열중하고 계실 또 다른 女사장님, 000님....

정말 사랑 합니다.
비록 우리는 늙어 한 줌 흙이 되어갈지언정
어찌 맺은 그 사랑의 시간들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죽어 다음 生에 만나게 된다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런지?...
블랙 러시안의 맛에 취한 이 밤...
사라져 가던 감성에 마지막 불을 지피는 이 시간...

이, 모든 순간과
그, 모든 인연들에게 사랑을 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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