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이 흐르는 벌판으로 그대를 초대합니다. 
- 가을 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충실토록 명하시고,
그것들에게 또한 보다 따뜻한 이틀을 주시옵소서.
그것들을 완성으로 몰아가시어
강한 포도주에 마지막 감미(甘味)를 넣으시옵소서.
지금 집이 없는 자는 어떤 집도 짓지 않으리다.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랫동안 외로이 머무를 것입니다.
잠 못 이루어 독서하고 긴 편지를 쓸 것이외다.
그리고 잎이 지면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곳저곳 헤맬 것이외다.-
음악이 흐르는 가을 벌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곳으로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유명 여행지만 둘러보고
다 구경을 한 것마냥 떠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제주의 광활한 벌판을
음악과 함께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소개할까 합니다.
억새꽃이 핀 가을이면 더욱 스산해지는 드넓은 벌판....
둥근 어머니의 젖가슴을 연상시키는 오름들....
저물녁의 풀벌레 울음소리....
억새 사이를 지나는 스산한 바람소리...
조락을 향한 낙옆들의 향연...
돌담에 앉은 음영을 드리운 햇살...
우수수 바람에 무너지는 나뭇잎...
밭 이랑에 내리는 노을빛...
바람을 잔뜩 머금은 채 일렁이는 풀잎들...
먹이를 물고 어딘가로 황급히 멀어져가는 개미들...
그
리
고...
전 악장을 흐르는 벌판을 맴도는 가을 바람을 닮은 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콘체르토2번 c단조op.18...
도입부분의 처연함이 압권인,
엘가의 첼로 콘체르토 e단조 op. 85....
비장한 느낌의
드볼작의 첼로 콘체르토b단조op.104의 2악장...
노을 내리는 벌판을 닮은 곡
비외땅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 a단조 op.37
가을에 더욱 어울리는 브람스의
절절한 현악곡들...
그도 어렵다면,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중 2악장을 흐르는 가슴 저린
애수를 띤 선율...
너무도 처연해 소월의 詩 ``초혼,,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곡,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서러움이 감도는 슬픈 곡,
막스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를 동반하는 건 어떠신지요?.
아무도 없는 정적만이 감도는 가을 벌판에 서면
이제껏 만나본 적이 없는 그대의 참 자아를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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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헨젤과그레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