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8/31(일)
보이차와 Bach의 무반주 첼로 조곡  


오랜만에 보이차를 마셨다.

보이차를 간단히 소개하면,
중국 운남성에서 나온 발효차로써 일명 푸얼차라 일컫는다.

맛은 마시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지만
나의 느낌을 들라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보이차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과 아주 닮았다고....-

내가 그 차를 처음으로 마셨던 건 어느 깊은 산사에서였다..
그 절에는 나이든 보살님과 비구니스님 한분이 살고 있었다.

그 해는 눈이 많이 내렸다.
창밖으론 깊어진 겨울이 하얗게 대지위로 내리고 있었다.

정적이 감도는 방안에서 스님이 따라주는 보이차를 마시는 순간,
내 머리속은 순간, 맑갛게 정화된 느낌을 받았었다.
참, 무심(無.心)한 맛이였다.
언어로 표현되어지지 않는 맛.
마시고 난 후엔 나로 하여금 한없는 침묵의 세계로 이끌던 맛.


내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을 들은 건 언제였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내가 처음으로 들은 그 곡은 고요, 그 자체였다.
바람 같은 곡.
무심한 곡.
난 그 곡을 들으며 한없는 고요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가곤 했었다.
하여,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곡.

첼로의 대가인 카잘스에 의해 스페인이 고서점에서 발견된 아주 훌륭한 명곡이다.
모든 첼리스트들의 궁극의 목적이자 넘어야만 될 극복의 대상인 곡.

난 카잘스보다 그의 제자인 모리스 장드롱의 연주를 더 좋아한다.
절묘하게 넘어가는 3번 플렐류드는 나를 황홀감으로 인도한다.
미샤마이스키는 너무 현란하고 말이 많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우리 딸애도 미샤마이스키는 초보자에겐 좋을지 몰라도 가벼운 맛이 난다고
늘 말하곤  했었다.
또, 다른 연주가인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보다
안너 빌스마의 연주가 더 좋은 것 같다..
분위기에 따라 항시 연주템포가 달라진다는....
하지만 언제인가는 내 취향이 또 바뀔지도 모르겠다.
음악에는 지조가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과
한국의 가야금 산조랑 협연을 하면 어떤 느낌이 날지 늘 나는 궁금하다.

눈 내리는 밤이면 딸애랑 둘이서 시린 어깨도 잊은 채
보이차를 앞에 두고 참선 자세로 앉아
둘이서 침묵한 채 그 곡을 들으며 깊은 밤으로 유영 하던 시절이 그립다.
별은 창 밖을 서성였고...
겨울 바람소리는 늘 스산하게 가슴 한구석을 맴돌았었다.
종종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사람은 외로워야 된다.
그래야 영혼이 자란다.

보이차는 외로운 맛이다.
무반주 첼로조곡도 외로운 곡이다.
마시는 자도,
듣는 자도 외로운 밤,

창 밖엔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가을이 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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