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8/8(금)
내 차 돌려줘!!!  

몇 일 전이였다.

어쩐지 불안했었다.
밖에 갔던 그가 난데없이 자동차 오일통을 들고 들어오는 게.
그런 그가 나와 10여년을 함께해온 짚차에게 오일을 보충해
줘야겠다며 정원으로 들고 나가자 난,
``할 수 있어요?,, 하고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는 아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럼.,, 그랬다. 그는 본네트를 열고 뭔가 열심히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참 바쁜 날이였다.
땀은 비오듯하고 객실 청소를 제일 많이해야 하는 날이였다.
갑자기 그가 전화를 해왔다.

``차가 이상 있나봐,,
``왜요?,,
``말도 마. 불난 줄 알았다니까. 글쎄 달려가는데 브레이크도
잘 안 듣고 말야. 뭔가 펑펑하면서 어찌나 연기가 쏟아지는지
죽는 줄 알았다구.,,

난 이젠 녀석이 완전 갔구나 생각했다.
지난 10여년 동안을 나와함께 해온 녀석이였다.
그렇게 함께하다 보니 난 녀석의 미세한 몸살도 감지할 수 있었고,
녀석 또한 나더러 종종 몸살기운이 있을 때마다 쿨룩거리면서
말 못하는 심정을 드러낼 때면 정비소로 끌고가서 치료를 해주곤 했었다.

녀석은 내가 외로울 때나, 내가 우울할 때마다 날 벌판으로 실어 날랐고,
녀석은 그런 나에게 한없는 사랑으로 음악을 들려주며 위안을 해주곤 했었다.


그런데도 난 녀석한테 얼마나 막 대했던가?
가다 한 번씩 쿨룩거리며 반항은 해댔지만, 유일하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녀석은 우리집안에서 그 녀석 밖에 없었다.
벌판을 가다가 험악한 비포장 도로를 들어가 달라구 녀석한테 깡짜를 부려대기
일수였구,
언제인가는 녀석한테 맡겨둔 선그라스와 클래식 테잎을  잊어먹어 버렸다구
녀석의 정강이를 걷어찬 적도 있었지 않은가.
그래도 녀석은 날 미워하는 구석없이 얼마나 묵묵히 날 위해만 줬던가?

정비공장을 불러야겠다고 전화를 끊은 그가 잠시 후 들어왔다.
그리고는 잠시 후 청소를 다 마치고 거실에 들어와 보니
아주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드러누워 있던 그가,

``응 차가 이젠 수명이 아주 다 됐데, 너무 낡아서 폐차를 시켜야 된데,,

난 이젠 완전 가버렸구나 하며 함께 해온 지난시절을 고마워했다.
그리고 다시 차를 구입해야 되겠다고 이곳저곳 알아보는 과정에서 난 내차가
그가 잘못하여서 완전 망가 뜨렸다는 걸 알게 됐다.
뭐, 오일과 연관이 있고, 직접 오일을 부었다니까 뭔가 그 과정에서 잘못됐을
것이라는 말들을 해 주는 것이였다.

그랬다. 아직도 얼마나 쓸만 했는데...
난 화가 났다.
그는 시치미를 뚝 떼고, 내가 모를까봐 얼버무리려 했던 것이였다.

그는 진이 빠졌는지 거실에서 파리채를 손에 든 채 대짜로 누워서
코를 골고 있었다.
발밑에는 그의 낮잠을 방해했을 파리 몇 마리가 직사한 채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소리를 꽥, 질렀다.

``내 차 돌~리~도~오~!!!
``내 차 돌~리~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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