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헨젤과그레텔
2003/8/3(일)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좋아하시나보죠?  

   (*사진. 니코스 카잔차키스. 1885~1968.그리스 크레타 출신. 작가)    
     *대표작.오뒷세이아.
               그리스인 조르바.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다.
                미칼레스 대장.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영혼의 자서전.
                동족 상잔.*      
           
             

             - 어디선가
                불쑥,
                다가온 젊은이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좋아하시나보죠?,,

                 일시에 눈 밝아지는 이 기쁨,

                 가을이 아직 저만치인 날
                 풀섶에 돋는
                 환한 초록등잔 아래 내려 섰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같은 길 하나
                  지울 수 없어 서성이던 날 위로
                  잠시 가득 물결이 출렁인다. -



어디선가 요즘은 인문학이 죽은 시대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이 사회가 밝은 건 인문학이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느껴질 때가 있곤 한다.

이토록 메말라가는 이 때,
이토록 물질적으로만 치닫는 이 때,
내가 가끔 감동을 느낄 때가 있는 건
우리 헨젤과그레텔을 방문한 젊은이들이 볼을 붉게 물들이며
"방안에 넣어둔 시집 잘 읽었습니다.,, 하며 말을 걸어올 때다.
남자보다 시집을 더 많이 읽는 여자들이야 그러려니 한다 해도
그 대상이 젊은 남자일 경우는 한 번 더  그를 쳐다보게 된다.
인터넷세대이자, 외면만 추구하리라 여기던 세대들한테서 시집을
잘 읽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희망을 보게 되곤 한다.
그래도 아직 우리사회가 병들지 않은 건 그런 젊은이가 많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어제 저녁에도 그런 이를 만났다.
그는 우리가 오픈해서 얼마 안됐을 때 우리 집에 묵었던 이였다.
그랬는데, 또 다시 이 여름에 예쁜 안해랑(*아내의 뜻. 안에 떠 있는
태양이라는 뜻) 다시 우리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안내실로 길을 문의차 찾아온 그가 나더러,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좋아하시나 보더군요.,, 라고 말했던 것이다.

지난 반 년의 시간은 그동안 내가 누려왔던 삶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식의
삶 때문에 종종 힘겨움을 느껴오던 차였다.
삶은 무료했고 일은 태산처럼 밀려왔다.
이러다가는 난 완전 문맹인과 이코노믹 애니멀이 되는 건 아닐까 두렵고
초초했다.
좋은 책을 읽을 시간도 없었고, 음악도 절절히 와 닿지를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어디론가 흘러가는데,
그와 함께 나도 어딘가로 자꾸 떠나고 있는데,
내가 꿈 꿨던 일과는 전혀 다른 삶이 연출되고 있었다.

난 눈이 일시에 밝아지는 느낌으로 그 젊은이를 쳐다봤다.

``전 니코스카잔차키스 전집을 다 봤습니다. 좋아하는 이가 드믄 작품인데...

그가 던진 그 한마디로도 어제 저녁 내내 난 너무 행복했다.

우리가 인생길을 가다 만나게 되는,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를 만난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가 어리면 어떻고, 그가 아무러면 어떤가?
그냥 같은 작품을 읽었음을  논 할 수 있고,
같이 음악을 느낄 수 있고
같이 한 곳을 주시할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행복한 나눔이 어디 있겠는가.
그 젊은이가 던져준 한마디에 삶이 일순 풍요로와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의 삶을 반추해 보면 인생에 있어 남는 거라곤 좋은 책과 음악을
통해서 만났던 자아와의 만남이라고 언젠가 말한 적이 있듯이,
그를 보는 건 목마른 사막에서 물을 만나듯 또 다른 나와의 반가운 만남이였다.
부디 그 부부에게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8월1일~4일까지 201호에 묵고 있는 서정석님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읽으시길...
그리하여 언제인가 만나 뵈었을 때 좋은 환담의 자리에서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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